2024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파주」는 크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남자 친구 ‘정호’와 동거하는 나의 이야기다. 그들의 앞에 어느 날 ‘현철’이 나타난다. 현철은 정호의 군대 후임으로, 정호에게 군 시절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호가 자신에게 저지른 일들에 대한 보상으로 1년 동안 매달 100만 원을 주기를 요구한다. 정호는 그 경고를 무시하려 하지만 현철은 소심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그를 몰아붙인다. 그가 겨우겨우 들어간 회사에 괴롭힘을 알리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를 협박할 것이라면서.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단돈 100만 원을 1년간 주는 것이라면서.
「파주」에서 우리를 잡아끄는 것은 차가운 겨울날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평범한 청춘의 모습이다. 주변에 산재한 이들의 모습은 평범하고, 시시하고,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복수심으로 가득한 시시한 ‘현철’ 때문에 나는 그간 “선명하고 무해한 눈동자”를 반짝인 ‘정호’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현철’이 궁금하지만 그는 그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어딘가 슬프게 울고 난 사람”의 얼굴만을 보여준다.
『파주』에 등장하는 삶의 공통분모는 비루함이다. 김남숙은 어둡고 건조한 문체로 비루한 인생들의 시시함을 지속적으로 복기해나가나, 그 속에서 번뜩이는 날것의 감성은 날카로운 이미지로 다가와 박힌다.
‘전망 없는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들의 무기력한 태도의 기저를 저릴 만큼 훑어나가는 이 소설은 언젠가 소진될 밝음을 우리에게 명시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삶을 이어나가는 태도와 그 끈질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어떤 것일까. “시시하지만 시시하기 때문에 남은 삶을 어떻게든 살아나갈” 자세일까? “대단한 기쁨도, 거대한 슬픔도 시시한 인생에는 끼어들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러한 삶은 이어지기에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